[친환경 정책] CORSIA란? 국제선 항공기의 탄소에 값을 매기는 방법
비행기는 국경을 넘습니다.
그렇다면 서울에서 출발해 파리에 도착한 비행기의 탄소배출은 어느 나라가 책임져야 할까요?
출발국일까요, 도착국일까요? 아니면 항공사가 속한 나라일까요?
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가 만든 제도가 CORSIA(코르시아)입니다.
이름은 어렵지만 핵심은 간단합니다.
국제선 항공편의 탄소배출이 기준보다 늘어나면, 항공사가 그 증가분을 줄이거나 상쇄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CORSIA는 무엇인가요?
CORSIA는 Carbon Offsetting and Reduction Scheme for International Aviation의 약자입니다.
한국어로는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라고 부릅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만든 제도로, 특정 국가 하나가 아니라 국제항공 분야 전체에 적용되는 세계적인 탄소감축제도입니다.
자동차나 공장은 대부분 한 국가 안에서 움직이지만, 국제선 비행기는 여러 나라의 영공을 통과합니다.
국가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 항공사는 같은 운항을 두고 여러 규정을 동시에 따라야 할 수 있습니다.
CORSIA는 국제선 항공의 탄소배출을 하나의 공통규칙으로 관리하려는 장치입니다.
탄소를 어떻게 줄인다는 뜻일까요?
CORSIA에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연결됩니다.
1. 비행 자체의 효율을 높입니다
새로운 고효율 항공기를 도입하고 비행경로와 운항방식을 개선해, 같은 거리를 더 적은 연료로 날아가는 방법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지만 항공기는 가격이 비싸고 교체주기도 깁니다.
따라서 단기간에 모든 항공기를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2.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사용합니다
폐식용유·동물성 유지·바이오 원료 또는 재생전력으로 만든 합성연료 등을 활용해 항공유의 생애주기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아무 연료에나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는 없습니다.
ICAO가 인정한 지속가능성 기준과 인증절차를 통과한 연료를 사용해야 CORSIA의 감축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3. 남은 증가분은 탄소배출권으로 상쇄합니다
효율 개선과 SAF 사용만으로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ICAO가 인정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남은 배출량을 상쇄합니다.
이때 구매한 배출권은 다른 곳에서 다시 사용하지 못하도록 ‘취소’ 처리됩니다.
돈만 내면 계속 배출해도 될까요?
CORSIA를 두고 가장 많이 나오는 오해입니다.
탄소상쇄는 이미 배출한 탄소를 물리적으로 없애는 마법이 아닙니다.
다른 사업에서 검증된 감축실적을 구매해 국제선 운항에서 늘어난 배출량에 대응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CORSIA도 탄소상쇄 하나만을 해답으로 보지 않습니다.
- 고효율 항공기와 새로운 기술
- 운항방식 개선
- 지속가능항공유 사용
- 탄소배출권을 통한 상쇄
이러한 방법을 함께 사용하는 구조입니다.
즉, 탄소배출권은 다른 방법으로 줄이고도 남은 부분을 처리하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모든 비행기가 바로 같은 의무를 지나요?
CORSIA는 한꺼번에 시행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확대됐습니다.
- 시범단계: 2021~2023년
- 1단계: 2024~2026년
- 2단계: 2027~2035년
2021년부터 2026년까지는 국가의 자발적인 참여를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2027년부터 시작되는 2단계에는 일정 기준에 따른 의무 참여가 확대됩니다. 다만 항공운송 규모가 작거나 특별한 여건이 있는 일부 국가는 예외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CORSIA는 국내선이 아니라 국가와 국가 사이를 운항하는 국제선을 대상으로 합니다.
CORSIA와 SAF 의무화는 같은 제도인가요?
같은 제도는 아닙니다.
한국의 SAF 혼합의무화나 유럽연합의 ReFuelEU Aviation은 일정 비율의 SAF를 항공유 시장에 공급하도록 요구하는 연료정책입니다.
반면 CORSIA는 국제선 운항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 증가분을 계산하고, 항공사가 이를 감축하거나 상쇄하도록 하는 국제 탄소관리제도입니다.
하지만 두 제도는 서로 연결됩니다.
항공사가 인증된 SAF를 사용하면 CORSIA에서 요구되는 탄소상쇄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SAF 의무화는 “어떤 연료를 사용할 것인가”에 가깝고, CORSIA는 “늘어난 탄소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가깝습니다.
폐식용유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폐식용유는 현재 상용화된 SAF 생산방식의 주요 원료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러나 음식점에서 폐식용유를 모았다고 해서 바로 CORSIA의 감축실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정보가 함께 관리돼야 합니다.
- 실제 폐식용유가 발생한 장소
- 수거량과 수거일자
- 운반·보관·전처리 과정
- SAF 생산시설까지의 공급경로
- 연료의 생애주기 탄소배출량
- 승인된 인증기관의 검증
따라서 CORSIA가 강화될수록 폐식용유 시장도 단순한 ‘폐유 매입’에서 원료의 발생과 이동을 증명하는 시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 생활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당장 공항에서 승객이 CORSIA 비용을 따로 계산해 내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항공사가 연료효율 개선, SAF 구매, 탄소배출권 확보 등의 방식으로 제도에 대응합니다.
이 비용이 장기적으로 항공운임이나 물류비에 일부 반영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실제 영향은 국제유가·환율·항공사 간 경쟁·정부 지원정책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항공사의 연료 구매 기준입니다.
앞으로는 단순히 가격이 싼 연료보다 얼마나 탄소를 줄였으며, 그 감축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연료인가가 중요해집니다.
오늘의 한 줄 정리
CORSIA는 비행기를 멈추게 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국제선 항공기가 늘린 탄소를 측정하고, 효율 개선·SAF·탄소배출권을 통해 책임지도록 만드는 세계 공통규칙입니다.
하늘을 나는 비용에 이제 연료값뿐 아니라 탄소의 값도 포함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