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정책] 순환경제사회법, 재활용을 넘어 ‘버리지 않는 경제’로
우리는 분리배출을 잘하면 자원순환을 실천한다고 생각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순환경제는 재활용보다 훨씬 앞에서 시작합니다.
애초에 쓰레기가 적게 생기도록 제품을 만들고, 오래 사용하고, 수리하고, 다시 쓰고, 마지막에 남은 자원을 원료로 되돌리는 전체 과정이 순환경제입니다.
한국은 이를 제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존 자원순환기본법을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으로 전면 개편해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했습니다.
재활용과 순환경제는 무엇이 다른가요?
재활용은 이미 발생한 폐기물을 다시 사용하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순환경제는 질문을 한 단계 앞당깁니다.
“이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까?”가 아니라 “처음부터 폐기물이 적게 생기게 만들 수 없을까?”라고 묻습니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을 생각해보겠습니다.
- 쉽게 고장 나고 수리가 어려운 제품을 생산한다
- 짧게 사용한 뒤 폐기한다
- 일부 소재만 재활용한다
이것은 마지막 단계의 재활용입니다.
반면 순환경제는 내구성을 높이고, 부품을 교체하기 쉽게 만들고, 중고로 다시 판매하고,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때 소재를 회수하는 전 과정을 봅니다.
법 이름은 왜 바뀌었을까요?
기존 자원순환 정책은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 촉진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새 법은 생산·유통·소비 단계까지 정책범위를 넓혔습니다.
현행 법의 목적도 제품의 전 과정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폐기물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며, 발생한 폐기물의 순환이용을 촉진하는 데 있습니다.
한마디로 ‘잘 버리는 사회’에서 가능한 한 버리지 않는 사회로 정책의 중심이 이동한 것입니다.
‘순환원료’가 무엇인가요?
순환원료는 천연자원 사용을 줄이기 위해 생활이나 산업활동에서 나온 자원을 다시 원료로 이용하는 물질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자원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 재생원료
- 순환자원
-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
-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부품
정부는 순환원료 사용을 늘리기 위해 시설과 자금 지원, 전문인력 양성, 통계 구축 등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이는 폐기물을 치우는 비용만 보는 것이 아니라 국내 산업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원료의 공급망으로 보겠다는 뜻입니다.
폐기물이 어느 날 원료가 될 수도 있나요?
가능합니다.
품질이 일정하고 인체와 환경에 유해하지 않으며,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물질이라면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아 폐기물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유용성과 안전성이 확인된 품목을 정부가 지정·고시하면, 사업자가 하나씩 신청하지 않아도 순환자원으로 관리될 수 있는 제도도 도입됐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름만 바꾼다고 폐기물이 원료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 어디에서 발생했는가
- 성분과 품질이 일정한가
- 유해물질 위험은 없는가
- 실제 사용처가 있는가
- 보관과 운반 과정이 관리되는가
이러한 조건을 확인하고 증명해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은 규제 때문에 막힐 수도 있지 않나요?
폐기물을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사용하려 해도 기존 법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기술일 수 있습니다.
안전성이 확인되기 전에 규제를 무작정 풀 수도 없고,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모든 실험을 막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순환경제 규제샌드박스가 도입됐습니다.
일정한 장소와 기간, 안전조건을 정해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실증하고, 문제가 없다면 관련 규제를 개선하는 방식입니다.
환경부는 태양광 폐패널 현장 재활용,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바이오가스화, 폐스티로폼을 이용한 고품질 재생원료 생산 등에 규제특례를 부여했습니다.
음식점의 폐식용유도 순환경제일까요?
폐식용유를 수거해 바이오디젤이나 지속가능항공유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은 대표적인 순환경제 흐름입니다.
하지만 폐식용유를 수거했다고 순환경제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식용유 구매부터 사용과 품질관리, 폐유 발생, 수거, 전처리, 연료 생산까지 연결돼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물과 음식물 찌꺼기가 많이 섞이면 원료 품질이 떨어집니다. 수거경로를 확인할 수 없다면 친환경 연료 인증에 활용하기도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음식점과 프랜차이즈에도 다음과 같은 관리가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 사용한 식용유와 발생한 폐유의 양
- 폐유의 보관상태
- 수거 날짜와 수거업체
- 수거 후 공급된 처리시설
- 탄소저감 효과를 계산할 수 있는 자료
순환경제는 폐기물을 돈 받고 넘기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다시 원료로 사용됐다는 사실까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에는 부담일까요, 기회일까요?
처음에는 제품설계 변경, 원료관리, 데이터 기록 때문에 비용이 늘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오르거나 공급망이 불안해지면 회수한 자원을 다시 사용하는 능력 자체가 기업의 경쟁력이 됩니다.
앞으로는 다음과 같은 기업이 유리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 제품을 오래 쓰고 수리할 수 있게 만드는 기업
- 사용한 제품과 원료를 다시 회수하는 기업
- 재생원료의 품질을 일정하게 관리하는 기업
- 자원의 이동경로와 탄소감축량을 데이터로 증명하는 기업
쓰레기를 적게 만드는 것이 환경보호인 동시에 원료비와 공급망 위험을 줄이는 경영전략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의 한 줄 정리
순환경제사회법은 분리배출을 더 열심히 하자는 법에 머물지 않습니다.
제품을 만들고, 사용하고, 수리하고, 다시 원료로 돌리는 전 과정을 바꾸자는 정책입니다.
재활용이 폐기물의 마지막 기회를 찾는 일이라면, 순환경제는 처음부터 마지막을 생각하는 경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