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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튀김유 규제 1] 까만 튀김기름은 불법일까? 산가와 총극성물질의 차이 – Econova

[세계의 튀김유 규제 1] 까만 튀김기름은 불법일까? 산가와 총극성물질의 차이

까만기름은 불법일까

튀김집 앞을 지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기름 색이 저렇게 까만데 계속 사용해도 괜찮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름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검은색과 함께 이상한 냄새, 잘 사라지지 않는 거품, 평소보다 낮은 온도에서 나는 연기, 끈적해진 점도까지 나타난다면 기름이 상당히 변질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법과 위생점검에서는 단순히 눈으로 색깔만 보는 것이 아니라 기름 속에서 일어난 변화를 수치로 확인합니다.

한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수치가 산가(AV)이고, 대만과 일부 유럽 국가 등에서 중요하게 보는 수치가 총극성물질(TPC)입니다.

이 두 수치는 같은 기름을 검사하더라도 서로 다른 변화를 측정합니다.

튀김기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튀김기는 보통 150~180℃의 높은 온도로 가동됩니다.

기름은 이 과정에서 공기 중의 산소, 식재료의 수분, 튀김옷과 음식물 찌꺼기를 계속 만납니다.

그러면 기름 속에서 여러 변화가 동시에 진행됩니다.

  • 수분 때문에 지방이 분해되는 가수분해
  • 산소와 반응하는 산화
  • 높은 열로 성분이 변하는 열분해
  • 변한 분자들이 서로 붙어 커지는 중합

기름이 오래될수록 한 가지 물질만 늘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종류의 분해물과 산화물, 중합물이 함께 쌓입니다. 그래서 어떤 한 가지 검사만으로 기름의 모든 상태를 완벽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산가·과산화물가·총극성물질은 무엇이 다를까요?

구분무엇을 보는 수치인가쉽게 말하면
산가(AV)기름 속 유리지방산의 양지방이 얼마나 분해됐는가
과산화물가(PV)산화 초기에 생기는 과산화물의 양산화가 시작되고 있는가
총극성물질(TPC)가열·산화·분해로 생긴 여러 극성화합물의 합기름이 전체적으로 얼마나 변했는가

세 수치는 이름만 다른 동일한 검사가 아닙니다.

각기 다른 물질과 변화단계를 보기 때문에 숫자를 일대일로 바꿀 수도 없습니다.

한국이 보는 ‘산가’란 무엇일까요?

산가는 기름 1g에 들어 있는 유리지방산을 중화하는 데 필요한 수산화칼륨의 양을 나타냅니다.

지방이 물과 열의 영향을 받아 분해되면 유리지방산이 생깁니다. 따라서 산가가 높아졌다는 것은 기름의 분해와 변질이 진행됐다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한국의 식품공전은 식품접객업소와 집단급식소에서 사용 중인 튀김용 유지의 산가를 3.0 이하로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이 기준은 새 식용유 제품의 품질기준이나 튀김식품 완제품의 기준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음식점이나 급식소의 튀김기에서 실제 사용 중인 기름에 적용되는 관리기준입니다.

식품당국은 과거 패스트푸드점 등의 튀김용 유지를 수거해 검사하고, 산가 3.0을 초과한 업소에 행정처분을 의뢰한 사례도 공개했습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검은색 자체가 아니라 검사한 산가가 기준을 넘었는지가 법적 판단의 핵심이 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공전 온라인 서비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패스트푸드점 사용 튀김용 유지 수거·검사 결과

해외에서 보는 ‘총극성물질’은 무엇일까요?

총극성물질은 영어로 Total Polar Compounds, 줄여서 TPC라고 합니다. TPM(Total Polar Materials)이라는 표현을 쓰는 곳도 있습니다.

기름을 반복해서 가열하면 산화물, 분해물, 중합물처럼 원래의 중성지방과 성질이 달라진 물질들이 생깁니다. TPC는 이런 극성물질을 한데 모아 전체 비율로 보는 지표입니다.

그래서 TPC는 튀김기름이 고온에서 겪은 전체적인 열화 정도를 판단하는 데 널리 사용됩니다.

대만은 튀김용 기름의 TPC가 25% 이상이면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관리합니다. 현장에서는 산가로 먼저 검사하고, 의심되는 기름은 TPC를 추가 검사하는 방식도 사용해 왔습니다.

홍콩 식품안전센터는 TPC를 기름 열화 정도를 판단하는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지표로 설명하면서, 27%를 초과하면 폐기하도록 권고합니다.

여기서도 법적 기준과 권고기준은 구분해야 합니다.

대만의 25%는 규제기준이지만, 홍콩 식품안전센터가 제시한 27%는 영업자를 위한 관리지침입니다.

대만 보건복지부: 튀김용 기름 위생점검과 TPC 25% 기준

홍콩 식품안전센터: 튀김용 기름 사용지침

산가 3.0과 TPC 25%는 서로 바꿔 계산할 수 있을까요?

바꿔 계산할 수 없습니다.

산가 3.0은 유리지방산을 중화하는 데 필요한 수산화칼륨의 양을 뜻합니다.

TPC 25%는 기름 속 전체 극성물질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합니다.

측정대상과 단위부터 다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시간 동안 사용한 기름이라도 어떤 식재료를 튀겼는지, 수분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기름의 종류가 무엇인지에 따라 산가와 TPC가 올라가는 속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만 식품의약품 당국이 공개한 연구에서도 반복 가열한 기름의 TPC는 규제기준인 25%를 넘었지만, 표준 시험법으로 측정한 산가는 교체기준보다 훨씬 낮게 나타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어느 한 검사가 틀렸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산가와 TPC가 서로 다른 변화를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대만 식품의약품서 학술자료: 반복 가열유의 TPC와 산가 비교

기름 색깔만으로 판단하면 왜 위험할까요?

기름 색은 분명 중요한 경고신호입니다.

하지만 색이 변하는 속도는 다음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 튀기는 식재료의 종류
  • 튀김옷과 양념의 성분
  • 음식물 찌꺼기의 양
  • 튀김온도와 가열시간
  • 새 기름을 보충한 양
  • 여과와 청소 상태

양념이 강하거나 튀김가루가 많이 떨어지는 음식은 기름을 빨리 어둡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겉보기에 비교적 맑아도 기름 속 화학적 변화가 상당히 진행됐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검으면 무조건 불법”도 아니고, “맑아 보이면 안전”도 아닙니다.

색과 냄새, 거품, 연기는 현장에서 즉시 확인해야 할 신호이고, 최종적인 적합 여부는 해당 국가가 정한 시험항목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며칠 사용했는지로 교체시기를 정하면 안 될까요?

“3일마다 교체” 또는 “닭 100마리를 튀기면 교체”처럼 일정한 기준을 정하면 관리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모든 매장에 똑같이 적용되는 과학적 기준은 아닙니다.

같은 30리터의 기름이라도 하루에 튀긴 양, 식재료의 수분, 온도관리, 찌꺼기 제거와 여과 여부에 따라 변질속도가 달라집니다.

홍콩 식품안전센터도 사용기간이나 사용횟수만으로 일률적인 교체주기를 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사용일수와 조리수량은 관리기록으로 필요하지만, 기름의 실제 상태를 확인하는 수치를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과 해외는 무엇이 다를까요?

한국과 해외 모두 오래 사용한 기름을 아무 제한 없이 쓰도록 두는 것은 아닙니다.

차이는 무엇을 대표지표로 측정하느냐에 있습니다.

  • 한국: 사용 중인 튀김용 유지의 산가 3.0 이하
  • 대만: 튀김용 유지의 TPC 25% 미만
  • 홍콩: TPC 27% 초과 시 폐기 권고
  • 일부 유럽 국가: 대체로 TPC 24~25% 안팎을 중심으로 관리

숫자만 나란히 놓고 어느 나라가 더 엄격하다고 결론 내리면 안 됩니다.

산가와 TPC는 서로 다른 지표이고, 국가마다 현장검사와 재검사, 개선명령, 행정처분 절차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대만이 음식점의 튀김기름을 어떻게 현장에서 검사하고, TPC 25%를 넘었을 때 어떤 절차로 조치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음식점에서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감각과 수치, 기록을 함께 보는 것입니다.

  1. 매일 기름의 색·냄새·거품·연기·점도를 확인합니다.
  2. 탄 튀김옷과 음식물 찌꺼기를 자주 제거합니다.
  3. 지나치게 높은 온도와 불필요한 장시간 가열을 피합니다.
  4. 사용일수와 조리량, 여과·보충·교체 내역을 기록합니다.
  5. 한국에서는 산가가 3.0을 넘지 않도록 측정하고 관리합니다.

눈으로 보는 관리는 빠르지만 주관적이고, 수치검사는 객관적이지만 측정하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해야 기름의 품질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한 줄 정리

까만 튀김기름은 그 색만으로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은 산가, 대만과 일부 해외 국가는 총극성물질처럼 법과 지침에서 정한 수치로 기름의 상태를 판단합니다.

기름의 색은 경고신호이고, 법적 판단은 측정기준에서 시작됩니다.

참고자료